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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중박서 내려간 ‘친일파 유묵’, 유홍준 관장 소장품이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올여름 특별전에 선보였다가 철거한 서예 작품을 둘러싸고 파장이 이어지고 있다. 애국지사의 유묵으로 소개됐던 작품이 사후 검증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의 글씨로 판명된 데다, 해당 작품의 소장자가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1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정연욱 국민의힘 의원이 박물관으로부터 받은 답변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특별전 ‘우리들의 밥상’에 출품된 서예 작품 ‘일반시국은’의 소장자는 유 관장으로 확인됐다. 박물관은 이 작품이 관장의 추천을 거쳐 전시에 활용됐다고 설명했다.
‘일반시국은’은 ‘밥 한 그릇도 나라의 은혜’라는 의미를 담은 문구다. 박물관은 이 글귀가 임진왜란 당시 의승병장 영규 대사의 발언으로 전해진다는 점에 주목했다. 밥을 매개로 역사와 공동체, 국가의 의미를 살펴보는 전시 주제와 맞닿아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작품의 출처와 작성자를 둘러싼 확인은 충분하지 않았다. 박물관은 처음 이 작품을 독립운동가 박원근의 글씨로 소개했다. 작품 말미에 ‘한인 박원근’이라는 표기가 있었고, 소장자의 설명 등을 바탕으로 한 판단이었다.

문제는 ‘박원근’이라는 이름이 다른 인물과도 연결된다는 점이었다. 친일반민족행위자로 지정된 박중양 역시 박원근이라는 이름을 사용한 바 있다. 전시 이후 외부에서 박중양의 글씨일 가능성이 제기됐고, 박물관은 작품을 곧바로 철거했다.
이후 박물관은 서예, 근현대사, 고문헌, 보존과학 분야 전문가들에게 검증을 맡겼다. 필체와 관련 자료 등을 다시 살핀 결과, 해당 유묵은 애국지사 박원근이 아닌 박중양의 작품으로 결론 났다. 국립박물관이 공식 전시에서 역사적 인물을 잘못 소개한 셈이다.
이번 논란이 더 민감하게 받아들여지는 이유는 작품의 소장 경위다. 전시품이 관장의 개인 소장품이었다는 점, 또 관장 추천으로 전시에 포함됐다는 점은 공공기관 전시의 투명성과 객관성 문제로 이어진다. 개인 소장품이라고 해서 전시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그럴수록 소장자와 작품 정보, 검증 절차가 명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홍준 관장은 앞서 이번 사안에 대해 사실 확인이 미흡했다고 사과했다. 그는 역사적 인물에 대한 정확한 검증은 박물관이 국민 앞에 지켜야 할 기본 책무라고 밝혔다.
박물관도 제도 보완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내부 검토를 거쳐 전시를 결정했으나 필체, 인물 이력, 관련 사료 등을 여러 분야 전문가가 교차 확인하는 절차가 부족했다고 인정했다. 앞으로 전시 기획 초기 단계부터 검증을 강화하고, 근현대사 분야 전문가 풀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문화계에서는 이번 사건이 특정 작품 하나의 오류에 그쳐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물관 전시는 관람객에게 역사적 사실을 전달하는 공적 장치다. 특히 독립운동과 친일 행적처럼 민감한 근현대사 자료는 작은 표기 하나도 역사 인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번 논란은 국립중앙박물관이 어떤 방식으로 전시품을 고르고, 누가 어떤 기준으로 검증하는지 다시 묻는 계기가 되고 있다. 전통과 역사를 다루는 기관일수록 전시의 완성도 못지않게 과정의 신뢰가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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